지난 시간에 버번 붐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때도 엄청 길어졌죠- 지난 시간에 마무리 할 때 얘기 드렸던 버번 붐이 일어나기에 충분했던 버번의 강점과 국내에서 버번은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됐는가를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아니 이번 시리즈는 술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한 친구의 질문에서 시작된-글입니다. 그런데, 이번 글은 그 질문의 번외편 격인 글입니다.
“위스키의 도수는 맛의 전투력”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주류관련 커뮤니티에서 소위 CS나 배럴프루프를 찾게 되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의 논리는 하나입니다. 뭐 하나가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 이유떄문에 찾습니다. 도수가 높은게 맛있다. 물을 타지 않을수록, 물을 덜 탔을수록 위스키에서는 소위 ‘복합미’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 복합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스카치와 버번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나타납니다. 알콜도수. 스카치 위스키 엔트리라고 하면 대부분 40%ABV이고 CS라고해도 60도까지 올라가는 스카치는 잘 없습니다. 이에 반해 버번의 엔트리라고 하면 대부분 43%ABV, 45%ABV 등 조금 높고, 배럴프루프라고 하면 60도 이상인 버번들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엔트리는 도긴개긴 게다가 Bottled in bond처럼 정부에서 보장하는 규제의 경우에도 50%ABV정도 되거나 그 이상 되는 위스키가 쉽게 보입니다. 그 이유가 왜그러냐-하면 바로 숙성환경에 따른 수분과 알코올 증발량 균형 차이입니다.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춥고 습한 기후 때문에 숙성을 할수록 알콜의 증발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오크통 외부에 응결된 수증기가 오크 안으로 들어가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갑니다. 반면에 버번의 경우, 덥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숙성을 할수록 물과 알콜이 모두 증발하지만, 물의 증발량이 더 많기 때문에 알콜도수가 높아져 갑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버번위스키에서는 스카치 위스키보다 고도수 위스키를 발견하기 쉬운 겁니다. 버번의 강한 도수와, 최근에는 더더욱 강한 자극을 찾는 젊은이들의 니즈가 만나게 되면서, 버번위스키의 고도수 인기가 생겨나게 된 것이죠.
“숙성년수가 다가 아니야”
지금도 위스키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저도- 위스키를 처음 마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조지 티 스택을 마셔서 그렇지.. 당시에 저는 자고로 위스키는 12년은 넘어야지! 어디 12년도 안된게 위스키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번위스키를 마시다보면, 12년, 아니 10년정도 되는 버번도 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10년정도 넘어가면 버번에서는 고숙성 이거든요. 버번위스키가 선택을 못받던 이유 중에 하나도 숙성년수가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저품질 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버번에서는 숙성년수를 잘 밝히지 않는 NAS. Non Age Statement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량이 상당히 많고, 위스키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숙성년수가 다가 아니며 기온, 습도등등 많은 조건이 관여한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대중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리하여- 숙성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버번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되는 시대가 오게 된 겁니다.
“한국에서 버번이 인기를 끈 이유”
한국에서도 버번위스키는 싸구려 술. 버번위스키가 10만원이 넘는다고? 에이 안먹어! 스러운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유튜버들의 역할이 정말 컸습니다. 한국에서 버번위스키의 인기는 코로나로 인해서 홈술족이 늘다보니 술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에서 찾고는 합니다. 술 관련해서 정말 유명한- 버번을 좋아하는 '그' 유튜버-
남자의 취미, 남취님의 덕이 큽니다. 그리고-
쿠씨네 술술토크, 한국 버번위스키 클럽, 요사장TV, 술덕후 등등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좀 다룬다고 하는 유튜버들께서, 특히 쿠씨네 술술토크와 한국 버번위스키 클럽은 버번위스키는 맛있다라는 컨텐츠들을 '전문적으로' 송출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홈술을 하고 밤에 시간이 남아서 미춰버리겠는 우리들은 유튜버들이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버번위스키를 마시게 되고 이게 좋은건가..? 좋다면 좋은거겠지- 하면서 계속 소비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버번은 실제로 맛있습니다.)
“코로나19 그리고 언택트”
코로나로 인해서 밖에서 만날 수 없게 되고 밤이 길어진 우리같은 소비자들은 술은 마시고 싶고, 그렇다고 혼술을 소주로 하면 술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싫어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게다가- 이런 언택트 시대에 자신을 표현하고, 있어보이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 또한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대중매체의 영향도 큰데, 대중매체에서는 주로 알콜중독이거나- 실연당한 사람들이 소주를 혼자 마시는 반면, 위스키의 경우는 돈이 많거나 자신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위스키를 혼자 마시는 장면이 자주 보입니다. 이러한 직관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위스키는 혼자 마시면 나의 품격이 올라가는 술" 그리고 "사진 찍기 좋은 술"이 됩니다. 이렇게 한껏 플레이팅하고 있어보이게 사진을 딱- 찍어서 올리는 곳이- 인스타그램입니다.
인스타에 찍어 올리면 우선 나 자신의 품격이 올라간 듯한 느낌과- 혹시 지금 같은 술을 마신다거나 내가 아는 술이 나왔을때 연락이 소원했던 지인들과 연락 한번 더 하면서- 이렇게 사람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관계"를 채워넣는 새로운 방법이 되는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위스키 소비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최근에 젊은층의 위스키 소비가 늘었는데- 코로나인 탓도 있지만 그 원인중에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최근 MZ세대들이 추구하는건 더 이상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다-라는 점입니다.
더 이상 위스키가 비싸서 못 사 마신다는 인식보다는 내가 “있어 보이려면” 내가 “힙스터처럼 보이려면” 응당 사 마실 수 있다는 인식이 꽤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갑은 아픕니다.
이와 더불어서 미국에서부터 들어온 힙스터 문화에 의해 힙스터들의 술이라고 할 수 있는 버번위스키도 덩달아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가열되다 보니- 지금에 이르러서는 러셀리저브 싱글배럴의 경우 7만원대에 쉽게 구할 수 있던 가성비 버번위스키가 28만원 정도로 가격이 껑충 뛰어버리거나, 그 마저도 없어서 쇼트가 나는 등. 가면 갈수록 위스키가 구하기 어렵고 비싸지는 사태에 이르렀지만- 이 사태는 생산량 자체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혹은 소비형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잦아들지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약 세편에 걸쳐서 버번 붐이 무엇인지-(1편) 버번 붐의 이유가 무엇인지-(2편) 버번 붐이 일어날 수 있는
버번의 강점과- 한국에서 어떻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지-(3편) 까지 해서 세 편을 모두 다뤄 봤습니다. 시리즈 물이다보니 아주아주 긴 글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제 나름대로 요약-이라는 글자 아래 우겨넣어 봤습니다만- 저의 언어능력 부족으로 인하여-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정말 아주몹시매우굉장히 짧게 정말 간닿나게 요약하면- 버번 붐은 수출량의 증가, 패피밴 윙클, 유명인의 언급, 그리고- 유튜브 등의 매체의 영향으로 일어났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나 다음에 또 다룰 일이 있다면, 더 추가할 내용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요약해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1편과 2편을 못 보신 분들은 1편과 2편도 봐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알아두면 쓸데있는 버번쟁이 클라이머가 들려주는 술에 관한 이야기 버클술이의 버클 이었습니다. 내용이 유익했다면 공감 한번씩 눌러주시고, 누구보다 빠르게 보고 싶으시다 하시면 이웃추가/구독 부탁드립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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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클_bour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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